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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1 00:52
 
몇 달 전이었다. 꿈속에서 신경숙을 만났다. 만나서 책에 사인을 받고 (기억도 나지 않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참 많은 것들이 오간 느낌이었다. 신경숙을 봤으니 다
됐다고, 이제 나도 열심히 글만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잠에서 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여운이 하루 종일 갔었다. 마치 작가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인을 받은 것처럼.
꿈에서 깨고 한 가지 안타까웠던 건 언니 이름으로 책에 사인을 받지 못했다는 것, 그게
약간 찜찜했었다. 
 
그리고 몇 주 전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출근을 했다. 컴퓨터를 켰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 몇몇 웹사이트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웹서핑의
마지막 코스는 yes24에 들어가 베스트셀러를 훑어보는 것이다. 그날 yes24에 갔다가
우연히 창비에서 주관하는 북콘서트 배너를 발견했다. 클릭해 들어가니 '신경숙'과 '하림'이
나온단다. 오호,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북콘서트에 응모를 했다. 왠지 당첨될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당첨이 되었다. 
 

              1부. 왼쪽부터 하찌와 TJ, 김남중(동화)작가, 평화방송 사회자. 
              그날 공연은 녹음되어 전파를 타고 평화방송으로 나간다고 한다. 
              사실, 1부 공연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사진 한 장만 띄우고 패쓰~

              드디어 2부가 시작되고, 하림이 나왔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불렀다. 그런데 1절 다 부르고 간주를 넣는데 하모니카
               가 갑자기 소리가 안 나서 결국 다른 노래로 넘어갔다-.- 하림은 재주가 많고 몹시 세련된
               느낌의 가수였다.

              하림의 노래가 끝나고 드디어 신경숙 작가님이 등장하셨다.
              생각보다 옷차림이 섹시하셨다. 그리고 왼쪽 팔목에 걸치신 외투가 참.. 인상적이었다.
              (외투는 의자에 두고 올라오셔도 되는데..)
              아무튼 등장부터 신 선생님은 심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오자마자 몹시 쑥스러워하셨다.
              사회자: "선생님 소설이 올해 100만부를 넘고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한 말씀
                         해주시죠."
              신 선생님: (잠깐 뜸을 들이고, 깊은 울림이 있는 저음으로) "정말~~ 감사합니다..."
              쌈박한 사회자의 질문에 곰탕처럼 구수하게 한 말씀 풀어놓고는 저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계신 신 선생님.
              사회자:  "제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닙니다-.-"
              (참고로 신 선생님과 사회자와는 북콘서트에서 세 번째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사회자: "선생님도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글 쓰실 때 어떤 음악 주로
                         들으세요?"
  신 선생님: (바로 옆의 하림을 빤히 쳐다보면서) "방해가 안 되는 음악... 음... 외딴방 쓸 때는
             로스트로포비치랑 리오스카 많이 들었고... 작품마다 다 달라요."
              하림: "왜 저를 반히 쳐다보면서 그러세요. 저도 사실 책 안 읽어요." 
              관객들: (웃음 ㅋㅋㅋㅋ)
              대략 이런 분위기였다. 센스쟁이 하림과 곰국 같은 신 선생님은 나름 호흡이 잘 맞았다.

              신 선생님은 오늘따라 말문이 늦게 트였다고 했다. 사실 말문이 트인 것과 안 트인 것의 
              차이는 별로 없었지만.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었다. 말문이 트이
              고 나서 신 선생님께서 또 한 말씀하셨다. 
              신 선생님: "아까 제가 잘못 얘기한 것 같은데, 방해가 안 되는 음악이라는 게... 그러니까
                             가사가 없는 걸 말하는 거예요. 가사를 들으면 너무 빠질까봐..."
              하림: "저도 그래서  책을 안 읽는 거예요. 너무 빠지면 음악을 못 만드니까"
             
              잠시 후 성우 서혜정님이 등장하셨다. 스컬리 목소리의 주인공이시다.
              <엄마를 부탁해> 오디오북을 녹음하신 인연으로 출연해주셨다. 
              서혜정님께서 <엄마를 부탁해>의 마지막 부분을 낭독해주셨다. 사회자는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하림도 <엄마를 부탁해>의 한 부분을 낭독했는데 성우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알고 보니 하림도 전라도(해남) 출신이었다. 그래서 소설 속에 나오는 엄마의 사투리를 잘
              흉내 냈던 것이다. 아무튼 하림이 낭독할 때 사회자는 또다시 눈물을 훔쳤고 많은 관객들도
              눈물을 훔쳤다. 나 역시도 뭉클했다. 

      "너는 내가 낳은 첫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배가 그리 부른 것도 처음이었구 젖도 처음 물려봤구.
       너를 낳았을 때 내 나이가 꼭 지금 너였다. 눈도 안 뜨고 땀에 젖은 붉은 네 얼굴을 첨 봤을 적에... 넘들
       은 첫애 낳구선 다들 놀랍구 기뻤다던디 난 슬펐던 것 같어. 이 갓난애를 내가 낳았나... 이제 어째야 하
       나... 왈칵 두렵기도 해서 첨에 고물고물한 네 손가락을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어야. 그렇게나 작은 손
       을 어찌나 꼭 쥐고 있던지. 하나하나 펴주면 방싯방싯 웃는 것이.... (중략)  난중엔 나날이 니 손가락이
       커지고 발가락이 커지는디 참 기뻤어야. 고단헐 때면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 있는 니 작은 손가락을 펼쳐
       보군 했어. 발가락도 맨져보고. 그러구 나면 힘이 나곤 했어. 신발을 처음 신길 때 정말 신바람이 났었다.
       니가 아장아장 걸어서 나한티 올 땐 어찌나 웃음이 터지는지 금은보화를 내 앞에 쏟아놔도 그같이 웃진
       않았을 게다. 학교 보낼 때는 또 어땠게? 네 이름표를 손수건이랑 함께 니 가슴에 달아주는데 왜 내가 의
       젓해지는 기분이었는지. 니 종아리 굵어지는 거 보는 재미를 어디다 비교하겄니. 어서어서 자라라 내 새끼
       야. 매일 노랠 불렀네. 그러다 언제 보니 이젠 니가 나보다 더 크더구나."  
                                                                                   - <엄마를 부탁해> 중에서 하림이 낭독한 부분



              콘서트가 모두 끝나고 사인회가 이어졌다.

              신 선생님이 사인을 하고 있는데 진숙이가 나더러 포즈를 잡아보라고 했다.
              사인을 하다 말고 신 선생님도 얼떨결에 포즈를...  이건 쫌-.-

              이번엔 진숙이가 사인 받을 차례. 역시나 사인을 하시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포즈를  취
              하신 신 선생님. 사인하랴, 사진 찍으랴 바쁘시다. 신선생님 특유의 각도와 표정을 잡아주
              셨다^^ 근데 진숙이 얼굴이 넘 흔들렸다. 그래도 이쁘네^^

              그래도 정면 사진이 하나는 있어야지. 사인을 모두 받고 결국 둘이 신 선생님과 같이 찰칵~
              무언가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갖고 계신 신 선생님. 만나뵙게 되어 몹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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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순 | 2009/12/19 03: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일등이닷!! 잘 지냈어? 좋은 시간 보내고 있구나. 예비엄마가 그래야지.

눈이 없다는 이곳에 어제 첫눈이 내렸다. 여긴 눈이 없다지, 그러는데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는 거야. 장난처럼 말이지. 그리고 다른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 그래 첫눈이지, 했는데 그사이 그쳐 있더라고. 장난처럼 말이지.

방학했어.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기분이 좋아. 이제 저녁 먹을 거야. 기숙사가 가까운데도 점심, 저녁 도시락 다 싸오거든. 오늘 메뉴는...그런 게 있어.^^

건강하게 잘 지내, 은진아!!
은진 | 2010/01/04 14:45 | PERMALINK | EDIT/DEL
언니, 그 사이 해가 바뀌었네요.
연말은 잘 보냈어요?
서울은 오늘 폭설이 내렸어요.
지금도 창밖으로 눈이 계속 내리고 있구요.
오랜만에 가득 쌓인 눈을 보니 좋긴 한데,
임산부는 퇴근길이 또 걱정이네요.
언니에겐 아직도 많은 방학이 남아 있군요.
저는 방학이라는 것과 결별한 지 십년도 훨씬 넘었어요.
제가 못 가진 방학을 만끽하길 바래요.
모쪼록 먼 영국 땅에서 언니가 하고자 하는 공부
잘 하고, 좋은 결실 맺길 바랍니다.
고국에서 함께 새해도 맞고 눈도 맞고 하는 날이
찾아오리라 믿어요.
무엇보다 건강하구요.
복 많이 받아요.
서향 | 2009/12/20 19: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인하고 있는 도중~ 사진 찍겠다고 깨방정 다 떨어놓구서는
어찌 제대로 찍은게 하나도 없는지 ^^;;; 이래저래 부끄럽군~
혹시 한번 더 기회가 된다면 그땐 꼭 정신차려서 사인 다 하시고
포즈 취해달라 할께. 다시 봐도 민망하네 으흐흐... *^^*
아무튼 칭구 덕분에 나도 넘 좋은 시간이었오 ^^
은진 | 2010/01/04 14:46 | PERMALINK | EDIT/DEL
이런 행사에 즐겁게 동참해주는 친구가 있어 참 좋아.
올해는 친구도 임산부가 되어 애기 같이 키우면 좋겠다~
올 한 해 무엇보다 건강하구!!
그대한잔 | 2009/12/21 15: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 저런 이벤트에 당첨되기도 하는군요.
그런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신기할 따름.
은진 | 2010/01/04 14:07 | PERMALINK | EDIT/DEL
요즘은 이벤트가 워낙 많아서 당첨도 잘 되는 것
같아요. 하다 보면 재미가 생긴답니다^^
은출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헌트오빠 | 2009/12/25 23: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새댁이랑 경숙씨가 닮았네.... ㅋㅋ
은진 | 2010/01/04 14:07 | PERMALINK | EDIT/DEL
워디가요?
수시아 | 2009/12/31 00: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집에 잘 다녀왔남?
이제 한달만 다니면 방콕이네 좋겠다~~~
은진 | 2010/01/04 14:10 | PERMALINK | EDIT/DEL
1월, 2월, 두 달 다니면 방콕~
방콕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올해는 저도 방콕의 맛을 알아야 할 듯.
애기 낳으면 우리집으로 놀러와요.
안방 침대 거실방으로 빼서 넓어요~
알로하~ | 2010/01/01 10: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올 새해에는 복은 따놓은 당상^^ 예쁜 공주님과 새로운 경험을 하겠네. 암튼 새해에도 즐겁게 잘 먹고 잘 사자^^ 그나저나 기노는 자기 책은 하나 없이 만날 사인만 받네ㅋㅋㅋ 그래도 늘 챙겨줘서 고맙다. 언니도 열심히 쓸게^^
은진 | 2010/01/04 14:47 | PERMALINK | EDIT/DEL
<엄마를 부탁해>는 이미 선물한지라 뭘로 사인을
받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풍금이 있던 자리>
가 낙찰되었지. 내가 언니한테 선물한 사인본만큼
나중에 언니도 자필 사인해서 돌려줘야 해^^ 요건
몰랐지~ (아참, 은정언니가 '책'에 대한 생각은
잊으라고 했는데. 암튼 그건 그거고^^)

보돌이와 함께한 올 한 해가 언니에겐 새로운 세상
이었겠다. 그게 어떤 세상인지는 나도 몇 달 후면
알 수 있겠지.
올해는 아장아장 걷게 될 보돌이와 가장으로 어깨가
무거운 형부와 행복한 나날 만들어가고, 언니가 열심히
일구는 글밭에서도 언니가 원하는 걸 얻길 바래.
헌트오빠 | 2010/01/02 21: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근데 딸이여? 은진맘은 좋겠네.... 신랑은 쪼까 서운할까? 나~가 딸을 키워봐서 아는디, 아들 보다 딸 키우는거이 한 100만배는 더 재미있고 더 유용하당께로... 조금 크면 설거지해줘, 커피타줘, 마사지 해줘, 라면 끓여줘, 팔짱끼고 영화관 가줘, 쇼핑다녀줘, 등등... 아들키우는 재미는..... 흠, 학교들어가면 끝 아닌감? 돈만 들지... (나의 경우는 그랬다는 이야기여~ 아들있는 부모들, 핏대 세우지 말더라고...) 그라고 시집가서 힘있는 쪽은 여자여, 고럼, 남자는 찍소리도 못하는 것이제.... 딸이 최고여....!
은진 | 2010/01/04 14:48 | PERMALINK | EDIT/DEL
딸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아들이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딸은 딸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다 장단이 있겠죠. 제가 보기엔 딸이든 아들이든 내 자식이면 다 이쁜 것 같더라구요. 저는 아직 안 낳아봐서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역시도 고슴도치 엄마가 될 게 뻔하다는 거죠. ㅋㅋ
기홍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명품CEO | 2010/01/04 01: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왠지 은진이에게 시크릿이 작동되는거 같은데 ㅎㅎ
상상마당 컨서트에 생각대로 응모하고 당첨되고 게다가 신경숙님의 사인은 꿈을 이루라니...^^
뭔가 강한 작동의 기운이 감지된다. ^^
은진 | 2010/01/04 14:42 | PERMALINK | EDIT/DEL
ㅋㅋ 간만에 들어보는 시크릿이네요~
무엇이든 한번 시작했으면 어설픈 것보다는 확실하게 빠져서 밀고 나가는 게 좋아요. 고로 홍석님은 시크릿으로 제대로 된 결실을 볼 것 같은.. 뭔가 강한 작동의 기운이 감지됩니다요^^
참, 보드는 몇 개나 채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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