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6 00:33
[live]
신랑은 오늘 아침 KTX를 타고 대전으로 출장을 갔다.
내가 꿈에 그리던 출장의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나는 대학시절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애인을 군대에 보내는
것이었다. 20대 초반의 여자로서 뭔가 절절하고 애틋한 감정을 체험해 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 나이에 애인을 군대에 보내지 못하면 가차없이 아들
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시절로 넘어가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 나이에' 꼭 애인을
군대에 보냈어야 했는데, 가혹하게도 그 시절 군대는커녕 연애 근처만 뱅뱅 맴돌
다 졸업하고 말았다.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결혼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신랑을
출장 보내는 일이다. 군대만큼 절절하고 애틋한 감정의 체험은 아니지만 일상을
떠난 일탈이 안겨주는 물리적 거리가 뭔가 신선한 느낌을 선사할 것 같았다.
그렇다. 내게 오늘밤이 약간 신선하긴 하다. 그러니까 요즘 믹서기에 갈아먹는
과일즙만큼이나. 아침 7시 10분 기차를 예매해 놨다는 신랑은 6시가 넘어도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5분만 더.." 그러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는 걸 보고 나는
침대에서 걸어나왔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젯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요즘은
과일즙이랑 샌드위치 만드는 데 꽂혔다) 남은 재료로 어젯밤에 먹은 것과 똑같은 샌
드위치를 만들었다. 같은 기차를 타는 직장 동료 것까지 만들어서 과일즙과 함께 싸
줬다. 겨우 일어나 씻고 가방을 둘러멘 신랑은 잠이 덜 깬 얼굴로 현관에서 (대일밴드
없어도 되는) 뽀뽀를 쪽~ 해주고 나갔다. '출장'이라는 말에 괜히 내가 더 설레어 도시
락까지 싸서 신랑을 보내고 나니 살짝 피곤이 몰려왔다. 출근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
다시 침대로 돌아와 40분이나 더 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신랑이랑 같이 걷는 출근길이다. 지하철역까지 10분씩이나 걸어야
하는 (고된) 길이지만, 지나고 나면 세상 사람들과 섞여 각자의 일터로 향하던 그 출근길이
신혼의 한 풍경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오늘은 그 길을 혼자 걸었다. 오늘은 딥따 날씬하고
이쁜 여자가 앞에 걸어갔는데.. 아깝다-.- 내일이면 신랑은 서울로 돌아온다. 돌아오면 해줄
얘기가 많다. 이렇게 가볍게 떨어져 서로의 여백을 살짝 느껴보는 것도 신혼에는 괜찮은 일
같다. 이제 겨우 두 달 반이 지났는데, 신혼은 생각보다 알콩하고 달콩하다^^
결혼사진 퍼레이드(참 빨리도 올리죠^^)



